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과 일본의 국방장관이 양국 간 가장 민감한 군사 현안 중 하나인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에 대해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양국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함정과 항공기 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한일 방위 협력 강화를 위한 긍정적인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일부 정치 세력은 2018년 당시 일본 초계기의 위협이 명백히 한국의 주권을 침해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사과하지 않은 채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숭일'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총 10번의 정상회담을 가지며 한일 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양국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기시다 총리를 만나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관계를 한층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기조 속에서도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외교부가 발간한 <일본개황>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망언 등이 삭제되는가 하면, 국방부의 장병 교육 교재에서 독도가 영토 분쟁 지역으로 소개되어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제3자 변제 결정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홍보 등도 대일 관계 회복과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시각과 지나친 저자세와 양보라는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4일 MBC '100분 토론' <‘역사왜곡’ 삭제..한국은 무엇을 얻었나?>에서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 조양현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교수,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출연해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간의 대일 외교 정책을 평가하고, 적극적인 친 일본 외교를 통해 한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지와 앞으로 양국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등을 토론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 일본은 공중, 수중, 해상, 사이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를 올여름 처음으로 실시한다. 또한 3국 안보협력 제도화를 내용으로 하는 문서를 연내 작성하기로 하는 등 한미일 군사협력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신원식 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성은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를 계기로 3자 회담을 열고 이 같은 합의를 이루었다.
프리덤 에지의 명칭은 한미 연합훈련인 '프리덤 실드'와 미일 간 연례훈련 '킨 에지'에서 각각 한 단어씩 따와 만들어졌다. 이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군사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앞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겨레하나 활동가 등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한일 군사협력 반대, 인도·태평양 상륙군 회의(PALS)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3일부터 5일까지 진행되는 PALS 서울 2024가 인도·태평양 상륙군 회의로 명백히 전쟁 준비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일본 자위대 고위 장성의 첫 방한과 한일 군사협력, 한미일 군사동맹을 가속화하고 일본의 재무장을 용인해 주는 회의라고 주장하며 이를 규탄했다.
한편, 한미일 정상은 지난 2023년 8월 18일(현지시간) 정상회의의 결과로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 「캠프 데이비드 원칙」, 「캠프 데이비드 정신」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안보, 경제, 기술 분야의 포괄적인 협력을 선언하고 3국 협력의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로 확대했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
이에 대해 최근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캠프 데이비드 선언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대결 구도를 강화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여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며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어 "대한민국 헌법은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등에 대해 국회가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캠프 데이비드 선언의 내용은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에 준하는 것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 외교 행보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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