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8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앞에서 '방위산업의 날' 기념식이 열린 것을 두고 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방위산업 진흥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방위산업의 날' 폐지를 촉구하며, 전쟁을 통한 이윤 추구는 결코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7월 8일을 '방위산업의 날'로 제정한 이후, 올해 처음으로 기념식이 개최됐다. 기념식에서는 초등학생 대상 미래 무기 디자인 공모전, 중고등학생 대상 한국 무기체계 우수성 홍보 숏폼 제작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전 세계가 유례없는 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국경 너머의 분쟁과 안보 불안, 누군가의 고통을 기회 삼아 이득을 얻는 살상 무기 산업을 기념하고 홍보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 한심하고 부끄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죽음으로 돈 버는 방위산업, 윤리적 문제 제기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방위산업이 "죽음과 고통으로 가득한 전쟁을 기회 삼아 살상과 파괴에 공모하는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지난해에만 23만 명 이상이 무력 분쟁으로 사망했으며, 전 세계 50개국에서 크고 작은 무력 분쟁이 발생하고 있어 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10만 4천 건이던 무력 분쟁은 2024년 20만 건으로 크게 늘어나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수준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강제이주민 1억 2,320만 명(2024년 12월 기준)의 대다수가 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난민과 국내 실향민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이러한 죽음과 고통 속에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 바로 방산업체라는 비판이다. 특히 '두 개의 전쟁'으로 2023년 방산업체들의 무기 판매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한국이 '죽음을 파는 장사'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였다는 점을 꼬집었다.
■ 분쟁지역 무기 수출, 국제사회 책임 외면하나
정권의 변화에도 살상 무기 판매를 통한 경제적 이득 추구 정책은 변함이 없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정부의 대대적인 방산 수출 지원 아래 한국 방위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2020~2024년 전 세계 무기 수출 10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이 무기를 수출한 국가 중 다수(74%)가 분쟁 중이거나 독재 및 인권 탄압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이 '방산계의 셀럽'이라 칭한 FA-50 경공격기는 2017년 필리핀 마라위 소탕 작전에 사용되어 최소 수십 명의 민간인이 희생됐고, 튀르키예로 수출된 K9 자주포의 자매품은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탄압에 이용됐다고 밝혔다. 최근 5년 이내 한국 무기 산업 성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기인한 바가 크며, 2020~2024년 한국 무기의 주요 수입국은 매출액의 46%를 차지한 폴란드였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한국이 이스라엘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수출하며 학살에 공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무기거래조약 가입국으로서 명백한 위반이라는 것이다.
■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방위산업, 책임 회피 지적
방위산업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비판 지점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공습과 폭격은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부터 2025년 1월까지 약 15개월 동안 발생한 탄소 배출량은 100개 국가의 연간 탄소 배출량보다 많은 189만 톤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 항공기의 정찰 및 폭격, 연료 소비, 무기 제조와 폭발, 미국산 무기와 군수물자 지원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무기 사용은 기반 시설 파괴와 토양·대기·수자원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파괴된 터전을 재건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되어 기후 및 환경 재앙을 가속화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지 않은 '방위산업의 날' 기념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국경 너머의 전쟁과 고통을 경제 성장의 기회로 삼지 말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산업은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라며 'K-방산, 글로벌 4대 강국'을 공약으로 제시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문화 강국을 목표로 하고 K-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산업에 왜 살상 무기 산업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무기 산업은 전쟁과 분쟁, 안보 불안, 누군가의 명백한 고통을 기회로 삼아 성장하며, 이는 결코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미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한국 방위산업 종사자들의 기술력과 전문성이 생명을 구하고 평화를 만드는 산업에 기여하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평화야말로 국민 안전과 행복의 필수조건"이라고 언급했던 점을 언급하며, 살상 무기는 결코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정부라면 국경 너머의 고통과 분쟁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새 정부에 ▷'방위산업의 날' 폐지 ▷방산진흥정책 재검토 ▷무기거래조약 철저히 준수 ▷분쟁지역 무기 수출 통제 방안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부의 방위산업 진흥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윤리적, 국제적, 환경적 문제점들을 심도 있게 분석하며, 단순한 경제적 이득을 넘어선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시민사회 단체들의 연대가 국제 평화와 인권에 대한 우리의 역할을 다시금 숙고하게 만든다.
"죽음의 산업" 기념 비판…무기박람회저항행동, '방위산업의 날' 폐지 촉구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8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 앞에서 '방위산업의 날' 기념식이 열린 것을 두고 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무기박람회저항행동은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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