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리셀 참사 1년, 다시 조명된 '파견법 문제'
지난해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배터리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참사로 23명의 노동자가 희생되고 9명이 부상당한 지 1년이 지났다. 이 참사는 제조업 현장에 만연한 왜곡된 고용 구조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그 중심에는 '파견법'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 비정규직 관련 단체들은 아리셀 참사 1년을 맞아 7월 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편법적인 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파견법이 도입된 지 27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파견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리셀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이 아리셀 소속이 아닌 무허가 아웃소싱 업체인 메이셀을 통해 불법 파견된 노동자들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견법이 왜곡된 간접고용을 확산시킨 주범이라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불법·편법적인 파견 확대를 알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 "문제는 파견법이다!"…노동계의 강력한 요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문제는 파견법이다"라고 한목소리를 내며 불법·편법적인 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이들은 파견법의 원래 명칭이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파견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영리 목적의 노동자 공급 사업을 허용하여 중간착취와 저임금, 고용 불안을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아리셀 참사는 간접고용의 형태가 어디까지 왜곡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고용 형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처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 이상섭 수석부위원장은 아리셀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이 불법 파견된 노동자들이었으며, 이들은 자신들이 위험한 일을 하는지도, 안전교육도 받지 못했고, 화재 시 탈출 비상구조차 알 수 없었다고 발언했다. 그는 전국 제조업 현장에 불법 파견이 넘쳐나 고용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가 단속 의지가 없어 법 위반이 고려 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섭 수석부위원장은 "모든 제조업 현장에서의 파견은 불법"이라며 불법 파견 근절 없이는 노동 시장 이중 구조 해결이나 사회 양극화 해소를 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김영훈 지회장은 공공기관에서의 불법 파견 문제에 대해 폭로했다. 그는 서부발전과 한전KPS가 다단계 하청 구조를 만들고 '쪼개기 계약'과 불법 파견을 자행하는 이유로 인건비 절감, 퇴직 임원들의 이윤 창출, 파견법상 고용 의무 회피, 인력 감축의 용이성, 그리고 노동조합 결성 방해 등을 꼽았다. 김영훈 지회장은 고용노동부가 공공기관의 불법 파견 현장을 방관하고 있다며 정부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불법을 저지른 기업에 엄벌을 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신하나 위원장은 아리셀 참사 희생자들의 고용 관계조차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던 점을 지적하며, 아리셀에서 이루어진 인력 공급의 실질이 명백한 '불법 파견'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신하나 위원장은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직접 고용을 대원칙으로 삼고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지만, 파견법의 제정으로 이 원칙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파견법이 기업들에게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여 노동자를 착취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만능열쇠'가 되어주었으며, 아리셀은 그 비극적인 증거라고 강조했다.
■ 파견법 폐기 및 직접 고용 원칙 강화 촉구
참가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은 5가지 요구사항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첫째, 제정된 지 27년째 아무도 보호하지 않고 간접고용을 정당화하는 파견법을 폐기하고 직접고용을 고용의 원칙으로 하는 직업안정법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둘째, 산업단지에 불법적인 인력 공급 업체가 난무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고용서비스를 확대하여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노동자를 쉽게 채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셋째, 플랫폼 기업과 산업단지에서 확산되고 있는 인력 공급 사업 등 중간착취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인력 파견 업체에 대해 전면적으로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넷째, 문재인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이 무기계약직과 자회사를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었다며 공공 부문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정책을 다시 시작하고 구체적 목표를 정해 민간 기업으로 확산할 것을 촉구했다. 다섯째,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노동 조건을 결정하고 고용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시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아리셀 참사를 계기로 불법 파견 문제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사회적 요구를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고용노동부가 이번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파견법, 아리셀 참사 1년…불법 파견 문제 해결 촉구 목소리 커져
■ 아리셀 참사 1년, 다시 조명된 '파견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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