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필리핀 4개 노동단체, 한국 '계절근로제도' 및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문제점 지적
민주노총과 필리핀 4개 노동조합 대표단체들은(FFW, KMU, SENTRO, TUCP) 19일 한국에서 시행 중인 '계절근로제도'와 시행을 앞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공동 입장을 채택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5개 단체는 공동 입장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4월 1일과 5월 27일 두 차례 화상회의를 개최하여 각 제도의 문제점과 우려 사항을 공유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계절근로제도'와 관련하여, 필리핀 정부는 지난 2년간 불법적 모집, 노동 착취, 임금 착취 등 150건의 권리 침해에 관한 진정을 접수한 후, 2024년 1월부터 한국으로의 계절 노동자 송출을 중단했다.
2023년 국가인권위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외노협)가 발표한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브로커에 의한 피해사례가 잘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자체에서 일하는 필리핀 계절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에 월 급여가 200만 1천원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중 75만원을 수수료로, 25~30만원을 숙식비로 빼 가는 등 임금을 중간에서 착취하여 노동자들이 실제 받은 금액은 75~95만원에 불과했다.
브로커들은 여권과 통장을 압수하여 보관했고, 심지어는 노동자들의 통장 비밀번호가 모두 동일했는데, 브로커들이 비밀번호를 일괄 설정한 탓이다. 출국 전 브로커들이 이탈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보증금을 설정하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계절근로제도는 인권·노동권 보호에도 취약하다. 이주노동자가 한국어 시험에 합격한 후 출국 전, 입국 후 교육을 통해 노동법, 산업안전, 성폭력 예방 등에 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되는 고용허가제(EPS)와 달리, 계절근로제도는 노동자의 자기 의사 표현을 위한 언어교육과 인권, 노동권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착취와 차별을 당했을 때 권리구제를 제기할 절차를 안내 받지도 못한다. 무엇보다도 계절근로제도는 법무부 관할 하에 지자체가 담당하는 방식이어서 고용노동부는 계절노동자와 사업장에 대한 정보가 없고 근로감독도 실시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데 계약기간이 6개월 미만인 계절노동자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주들이 자신이 고용한 노동자들을 어업, 제조업, 건설업 등 다른 업체에 파견하고 일당의 절반을 떼 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4월 현재 이 제도에 따라 17개국에서 온 31,522명의 이주 노동자가 농어촌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
5개 단체는 이주 노동자의 권리가 완전히 보장되도록 제도가 개선되기 전까지는 계절근로 프로그램을 완전히 중단할 것을 요구했고, 개선 방안으로 △지자체 간 MOU가 아닌 중앙정부 간 협약을 바탕으로 제도를 운영할 것 △브로커 개입, 송출 비리 차단을 위해 고용허가제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이 업무를 담당할 것 △근로 기준이나 근로 감독과 관계없이 출입국 관리를 주로 담당하는 법무부가 아니라 노동부가 사업을 관장하고 근로 감독 및 권리 침해 구제 등을 할 것 △입국 전후 충분한 언어 교육 및 권리 교육을 실시할 것을 제시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5개 단체는 '이 시범사업에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처우 보장은 결여되어 있다'며 큰 우려를 표했다.
문제점으로는 직무 범위에 대해 양국 정부가 이해를 달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향후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돌봄과 가사노동 양자를 수행할 것을 기대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엄격하게 돌봄에 국한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더불어 거주 시설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어서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제공될 기숙사가 국제 기준에 따라 정의된 적정 주거 기준을 충족할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5개 단체는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 조치로 △표준 계약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누구나 접근 가능하게 할 것 △주거 시설을 노동조합 참여하에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 △출국 전/입국 후 교육 프로그램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할 것 △노동자 권리 점검 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5개 단체는 공동 성명 발표 이후 양국 정부에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 위한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다. 또한 후속 행동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회의를 추가로 개최할 계획이다.
한편 5개 단체의 정식 명칭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필리핀 자유노동자연맹 (FFW, Federation of the Free Workers, 필리핀), 5월1일 운동(KMU, Kilusang Mayo Uno, 필리핀), 센트로-통합진보노동센터(SENTRO, Sentro ng Nagkakaisa at Progresibong Paggawa, 필리핀), 필리핀노동조합회의(TUCP, Trade Union Congress of the Philippines , 필리핀)이다.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감학원 사건 첫 판결, 국가·경기도 책임 인정… 전체 피해자 4700여명 중 4.9%만 인정 "재판부 판결 유감" (0) | 2024.06.20 |
---|---|
스팸문자 급증, 개인정보 유출 우려... 참여연대·민생경제연구소 경찰 수사 요청 (0) | 2024.06.20 |
4번째 우연? 이화영 추가 기소 사건 신진우 부장판사 또 배당 (1) | 2024.06.20 |
국정원 간부 출신 진실화해위 조사국장 '얼굴 공개 거부' 국회 출석… 이해식 "가해 기관 사람이 조사국장으로 임명" (0) | 2024.06.20 |
윤석열 정부 저출산 대책, 근본 해결책 제시되지 않아 양대 노총·참여연대 비판 쏟아져 (0) | 2024.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