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명의 발전소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에 반대하며 육지로 올라왔다. 이들은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사업노조 도서전력지부 소속으로, 백령도, 가의도, 당사도 등 65개 섬에서 1996년부터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전력을 공급해왔다. 도서전력지부는 2020년 한국전력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시작했고, 2023년 6월에는 파견법 위반으로 한국전력이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받았다.
지부의 승소 소식에 한국노총 산하 노조와 비조합원들이 소송을 진행하자, 한국전력은 급히 노사협의회를 구성하고 자회사 전환에 응하지 않으면 경쟁입찰을 통해 고용승계가 없을 것이라며 협박했다. 이에 지부가 반대하자, 한국전력은 8월 15일 184명을 집단 해고했다. 도서전력지부는 법원 판결에 따라 한국전력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6일부터 상경 투쟁을 시작했다.
대량 해고로 인해 섬 지역의 전력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1일 충남 태안군 가의도에서는 9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했다. 가의도 발전소 근처의 전봇대 통신 계량기가 번개를 맞아 정전이 발생했으며, 여름철 폭염 속에서 주민들은 냉방 없이 지내야 했다. 수십 년간 일해온 노동자들이 해고되어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수습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도서전력지부는 27일 오전 국회 앞에서 집단 해고 철회와 한국전력의 직접 고용 이행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후에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결의 대회를 열며 상경 투쟁을 이어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법원에서 한전의 하청으로 일하던 도서발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 취하와 자회사 전환을 강요하며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이는 공기업이 할 행동인지 의문이다.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해고한 한전 사장은 물러나야 하며, 국가가 사과하고 해고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법원의 판결을 집행하라는 것이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도서전력지부의 제용순 발전노조 위원장은 “한전은 지난 30년간 퇴직자들이 출자하여 만든 제이비씨에 도서발전소를 위탁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도서발전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불법으로 근로감독과 지휘를 해왔다. 그럼에도 한전은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 이유로 집단 해고를 통보했다. 우리는 조합원의 직접 고용 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도서전력발전소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한국전력의 업무를 위탁 운영한 ㈜JBC는 사실상 한전 퇴직자 단체인 한전전우회의 100% 출자 자회사이다. JBC는 30년 가까이 불법으로 한전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며 퇴직자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해왔다.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자 대량 해고를 단행하고, JBC에서 한전MCS로 법인만 변경한 것이다. 결국, 섬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해야 할 섬발전소가 한국전력 퇴직자들의 노후 수단으로 운영되어 온 셈이다.
최대봉 도서전력 지부장은 “육지의 전기가 닿지 않는 먼 섬에서는 발전소에서 직접 설비를 운영하고 주민들에게 전력을 공급한다. 그곳에는 한국전력 직원이 없다. 한전 직원들이 근무를 기피하는 오지이다. 우리는 비상대기실에서 합숙하며, 화장실 한 켠에 취사도구를 놓고 식사를 해왔다. 오로지 주민에 대한 의무로 어려움을 극복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급여와 주거 상황 개선을 요구했지만 한전은 책임을 회피해왔다. 비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의체에도 의무를 다하지 않고,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이긴 노동자 200여명을 해고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 섬을 지켜온 우리를 복직시켜야 한다.”고 한국전력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한 울분을 토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기자회견 후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해 법원도 인정한 한국전력의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결의 대회를 진행했다. 상경 투쟁 이틀째인 28일에는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 서울본부 앞에서 부당 해고에 대한 총력 결의 대회를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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