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의 사망·실종자 총 23명 중 내국인은 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22명, 실종자는 1명이다. 국적별로는 한국인이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성별로는 남성 6명, 여성 17명이다. 이들 23명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최초 사망자인 50대 A씨(한국 국적)와 소사체로 수습된 40대 B씨(중국→한국 귀화) 등 2명이다.
(주)아리셀 박순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사고 현장을 찾아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죄 말씀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회사에서 큰 책임감을 갖고 유가족에 모든 방법 통해 필요한 상황을 지원하겠다”며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엄중한 책임감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 대표는 “사망자 지원 역시 준비하고 있다”며 “관계당국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죄드린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깊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
4년 차 사업자 아리셀 모기업 에스코넥… 박순관 대표 대주주
㈜아리셀은 리튬 1차전지 관련 신규 사업에 진출한 비상장사로, 2020년에 설립되어 현재 4년 차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화재로 인해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아리셀의 재무제표를 보면 자산총계 247억 원, 부채가 238억 원, 자본이 9억 원으로 누적 결손금이 280억 원에 달한다. 매출액은 47억 원이었으나, 원가가 52억 원으로 매출 총손실을 기록했으며, 인건비와 판매관리비를 합한 손실은 73억 원에 이른다.
화재로 인한 손실은 주로 재고자산과 공장설비와 같은 유형자산에서 발생했다. 재고자산에는 40억 원 상당의 재공품(공장에서 생산과정 중에 있는 물품)이 있었고, 유형자산의 가치는 184억 원으로 토지와 건물 외에도 시설장치 20억 원, 기계장치 130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아리셀의 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이자 휴대폰 금속부품 제조사인 ㈜에스코넥으로, 지분율은 96%에 달하며, 아리셀의 차입금 155억 원을 모기업이 제공했다.
에스코넥의 대주주는 지분 14.06%를 보유하고 있는 박순관 에스코넥 및 아리셀 대표이사다.
이번 화재로 에스코넥 또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스코넥의 시가총액은 1000억 원 대로 크지 않으며, 직원 수는 60명에서 70명에 불과하다.
모기업 에스코넥은 핸드폰 금속 부문 제조, 헬스케어 의료기기, 베트남 법인 설립 등 여러 신사업을 시도해왔다. 아리셀의 매출액은 에스코넥 전체 사업 부분의 1.69%에 불과하지만, 이번 화재로 인해 재정적 압박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코넥의 자산총계는 2,061억 원, 부채총계는 1,303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172%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액은 2,753억 원, 영업이익은 79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4년 1분기 유동차입금은 396억 원이다. 매각예정자산도 있으며, 1분기 실적은 827억 원, 영업이익은 44억 원을 기록했다. 기말 현금 348억 원으로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피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재정적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리셀 화재 참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박순관 대표 아들 박중언 씨도 사내이사
한편 아리셀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중처법에 따르면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발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중대산업재해’로 본다. 고용노동부는 전담팀을 통해 중대산업재해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다.
피해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중처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중처법의 핵심은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켰다면 혐의를 벗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아리셀이 안전 점검·교육을 실시하고, 안전 관련 예산을 투입하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검토할 것이다.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할 때, 화재 대응 매뉴얼이 있었는지, 근로자들이 이를 충분히 숙지했는지 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위험성이 지속 개선되어 왔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다른 중처법 관련 전문가는 “공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조사를 통해 시정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중대 과실로 여겨져 중처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혐의가 발견되면 처벌 대상은 박순관 대표이다. 중처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다. 박순관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씨도 아리셀 사내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죄 성립 여부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다만 이 혐의를 박순관 대표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통상 현장을 관리하는 소장 등이 처벌 대상으로 지목되기 때문에 추후 조사 결과에 따라 처벌 대상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산업 현장 관계자는 “안전 관리와 관련해 시정이 필요했고, 현장 소장이 이를 대표에게 전달했음에도 시정 지시가 없었다면 대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며, 최종 판단은 검찰이 종합적인 내용을 토대로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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