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3위 해운기업 CMA CGM 그룹의 한국 법인인 CMA CGM Korea 지부가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포했다. 6월 말까지 노조가 납득할 만한 합의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내 외국적 해운사 중 최초로 7월 초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을 예고하며 사측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CMA CGM 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8조 원이 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린 프랑스계 기업이다. 그러나 CMA CGM Korea 직원들의 임금은 국내 선사 HMM의 70~8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측은 임금 데이터나 한국 지사의 매출액, 영업이익 등 기본적인 성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공정한 이익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노조, "조합원 불만 극에 달해"
노조는 2022년 8월, 사무금융노조의 지원을 받아 어렵게 설립됐다. 그동안 세 차례의 임금협상 모두 자율교섭 없이 노동위원회 조정을 통해 진행될 만큼 난항을 겪어왔다. 올해 교섭 역시 사측의 불성실한 태도로 조정이 결렬됐고,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는 조합원 98%가 참여해 96%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이는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승현 일반사무업종본부장은 여는 발언에서 사측이 "0.25%의 기본급 인상안을 제시하며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개무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윤재웅 지부장의 정당한 활동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둔갑시켜 탄압하는 사측의 행태를 윤석열 정권 검찰의 행태에 비유하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 "200% 미만 보너스, 말도 안 되는 수준"
윤재웅 CMA CGM Korea 지부장은 세계 2~3위 규모의 거대 기업이 8조 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면서도 직원들에게 200% 미만의 보너스를 제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쟁사들이 훨씬 높은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과 비교하며 젊은 직원들이 '열정 페이'에 지쳐 이직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윤 지부장은 회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개선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협상에 나설 의지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선포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기철 수석부위원장은 CMA CGM Korea 경영진의 태도를 산업혁명 초기의 약탈적 자본가나 식민지 노동자들을 쥐어짜던 잔혹한 작태에 비유하며 맹렬히 비판했다. 그는 특히, 지부장이 조합원들의 고충을 전달한 것이 노조의 핵심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을 들들 볶고 노조에 겁을 주는 행태는 노동자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기철 수석은 사측에 "정신 차리라"며, 현 정부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을 노동부 장관으로 하는 시대임을 상기시키며 노동자를 탄압하고 열정 페이에 기대는 탐욕을 버리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CMA CGM Korea 부지부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이 마지막으로 이어지며 파업 선포 기자회견은 마무리됐다. 이번 CMA CGM Korea 노조의 쟁의행위 예고는 외국계 해운사의 노동 환경 개선 요구가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따라 향후 국내 외국계 기업들의 노사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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