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8일, '산재근로자의 날'이 법정 국가기념일로 처음 지정된 뜻깊은 날,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침통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식 농성 8일 차를 맞은 이들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라며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처한 위험한 노동 현실을 절규하듯 세상에 알렸다.
'산재근로자의 날'은 30년 전 태국 인형공장 화재 참사를 기억하며 국제적으로 시작된 산재 노동자 추모의 날을 기원으로, 지난해 한국에서도 법제화되었다. 하지만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기념일 지정보다 중요한 것은 산재를 막는 실질적인 조치"라며, "국가와 정치가 여전히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급식실 폐암 산재 승인 169명, 사망 13명 "정부 책임 방기"
특히 이들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심각한 건강권 침해 실태를 낱낱이 고발했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급식실 조리 노동자 중 폐암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는 169명에 달하며, 안타깝게도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학교 급식실에 만연한 '조리흄'(요리 과정 중 발생하는 유해 가스) 노출과 살인적인 노동 강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 전국 학교 급식 종사자 38,5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폐 CT 검사 결과, 30% 이상이 폐 결절 등 이상 소견을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는 학교 급식 노동자의 건강권을 철저히 외면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노동자의 고통 외면한 정부 "120명 식사 준비에 혼자"
기자회견에 나선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인용 본부장은 "정부청사 코앞에서 8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교육부는 단 한 번의 안부조차 묻지 않았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했다. 특히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국회 현안 질의에서 학교 급식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을 "20~30명"이라고 답변한 것을 언급하며, "현재는 120~150명의 식사를 혼자 준비해야 하는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본부장은 이어 "폐암으로 속절없이 죽어 나가는 현실을 외면하는 교육당국과 고용노동부는 급식실 폐암의 주요 원인인 조리흄을 건강관리카드 대상 물질에서 제외하는 어처구니없는 조치를 취했다"며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 무너지는 학교 급식 시스템 채용 미달률 29%, 자발적 퇴사 60.4%
열악한 노동 환경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대규모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학교 급식실 조리실무사 신규 채용 모집에서 전국 평균 29%의 채용 미달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서울은 미달률이 무려 84.5%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조리실무사의 자발적 퇴사율은 60.4%에 달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힘든 노동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생들의 건강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가 직접 교육 현장을 붕괴시키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 "죽은 자를 추모하고, 산 자를 위해 투쟁한다"…끝까지 싸울 것
이날 기자회견은 단순한 호소에 그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폐암으로 산재 사망한 13명의 노동자 영정사진을 들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급식복을 입은 채 바닥에 드러누워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기념일 지정을 단순한 요식행위로 끝내지 말라"고 강력히 촉구하며,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더 이상 산업재해로 죽지 않도록 법제도 개선, 환기 시설 강화, 노동 강도 완화, 적정 인원 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이들은 "죽지 않고 일할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향후 대규모 파업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산재근로자의 날'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해야 한다"…'산재근로자의 날' 첫 지정에도 스러져간 학교 급식 노동자들
4월 28일, '산재근로자의 날'이 법정 국가기념일로 처음 지정된 뜻깊은 날,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침통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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