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영암 HD현대삼호에서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개구부(맨홀)로 추락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2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를 '후진국형 중대재해'로 규정하며 HD현대삼호와 고용노동부의 책임을 강력히 촉구했다.
■ 반복되는 참사, 44세 노동자 끝내 숨져
지난 5월 17일 오전 11시경 HD현대삼호 선박 블록 내부에서 의장설치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손 모 씨(44)가 약 2.5미터 깊이의 개구부로 추락했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된 손 씨는 사고 발생 4일 만인 21일 오전 9시 33분경 끝내 숨을 거뒀다. 사고 현장에는 뒤집힌 개구부 덮개와 벗겨진 안전모 등이 발견되어 추락의 정황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금속노조는 "손 씨가 2인 1조로 작업 중 동료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를 당했다"며, "재해자 옆에는 개구부 덮개, 재해자의 벗겨진 안전모와 안경이 있었고 개구부 아래로 용접 건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부른 예견된 사고
금속노조는 이번 사고가 HD현대삼호의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에서 비롯된 '예방 가능한' 중대재해라고 주장했다. 현장 확인 결과 사고가 발생한 개구부 덮개는 크기가 개구부와 비슷해 고정되지 않았으며, 밟거나 올라설 경우 언제든 추락할 위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는 이러한 위험한 개구부가 HD현대삼호 현장 곳곳에 산재해 있어 유사 사고 발생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작업 전 규격에 맞는 덮개를 설치하고 고정해야 하며, 안전관리자가 이를 확인한 뒤 작업 지시를 해야 했지만 HD현대삼호는 기본적인 안전관리 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를 호령하는 K-조선은 생산제일주의에 빠져 현장 노동자들은 하루하루가 죽음의 전쟁"이라며, "현대중공업의 깔림 사망사고, 익사사고 등 조선소에서 후진국형 사망 중대재해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 책임 회피 급급한 HD현대삼호, 반복되는 대형 사고에 안전불감증 지적
금속노조는 HD현대삼호가 사고 발생 이후에도 재해자의 건강 상태를 거론하거나 '개구부 추락이 아닌 쓰러진 사고'라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최근 대형 사업장에서 연이어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끼임 사망사고, 17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대형화재에 이어 HD현대삼호 추락사고까지, 대공장의 안전불감증이 현장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및 엄중 처벌 촉구
이날 기자회견은 고 김재순 청년장애인 노동자가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사망한 지 5주기가 되는 날 열렸다. 김 씨의 죽음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이어졌지만, 법 시행 3년이 지난 지금도 대공장을 포함한 전 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금속노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악법이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편협한 사고가 아니라 제대로 적용해서 최고경영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근본적인 예방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HD현대삼호와 고용노동부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다음과 같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유가족과 함께 투쟁할 것을 천명했다.
HD현대삼호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금속노조 "후진국형 중대재해 규탄"
전남 영암 HD현대삼호에서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개구부(맨홀)로 추락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2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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